구강안면통증(orofacial pain)은 구강안면 부위에 나타나는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구강안면통증은 상당히 흔하게 나타나며 전체의 인구의 1/4 정도가 겪고 있습니다. 이 중의 일부는 만성 통증으로 나타나서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습니다. 구강안면통증은 발생하는 부위와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구강안면 부위는 미각, 후각, 시각 기능과 음식의 저작, 연하, 호흡, 언어 및 감정 표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입니다. 이러한 중요하고도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강안면 부위는 인체에서 신경의 분포가 매우 복잡하고 조밀한 부위입니다. 따라서 구강안면 부위에 통증이나 질병이 있을 경우 나타나는 임상 증상이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구강안면 부위는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도 이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으며 나타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합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에 따라서 증상이 매우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해도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구강안면 부위의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구강안면 부위에 나타나는 통증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턱의 운동과 치아의 교합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턱은 얼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매우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기관으로서 저작, 연하, 발음, 호흡 등에 관여하고,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를 비롯하여 턱관절과 저작근, 그리고 구강 연조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턱관절은 구강안면 부위에 존재하는 유일한 관절로서 개구 운동의 중심축으로 작용하며, 항상 양측 관절이 함께 움직이고, 턱관절 운동의 마지막 순간은 치아 접촉에 의한 교합이 이루어집니다. 치아의 교합은 매우 단단한 조직이 서로 부딪히는 것이므로, 이로 인한 치아 및 주변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음식물을 저작하기 위하여 치아의 배열과 턱관절의 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만약 턱관절의 기능 장애, 혹은 치아의 배열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 턱과 치아는 물론, 구강안면 부위 전체에 걸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강안면통증의 거의 대부분은 치아와 턱관절의 이상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복잡한 구강안면통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구강안면통증,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치아의 교합과 턱관절의 기능에 대하여 높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치과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강안면 부위에 발생하는 만성 통증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턱관절 관절염, 턱관절내장증, 저작근장애를 포함하는 턱관절장애이지만, 이것은 다른 페이지에서 별도로 다루기 때문에(환자를 위한 정보 > 턱관절장애) 그 외 대표적인 구강안면통증에 대하여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삼차신경은 뇌에서 직접 나오는 12개의 뇌신경 중 하나이며, 얼굴과 입의 일반 감각을 담당하고 저작근육에 대한 운동도 담당합니다. 삼차신경이라는 이름은 이 신경이 뇌에서 나온 후 세 개의 가지로 나누어진 것에서 유래합니다. 가장 위에 있는 가지는 안신경이라고도 하며, 눈 주변부 및 코와 비강 점막에 분포합니다. 중간 가지인 상악신경은 눈 아래에서 윗입술까지 그리고 비강 후벽과 입천장, 상악 치아 및 잇몸에 분포하며, 가장 아래에 있는 하악신경은 아랫입술, 저작근, 혀 등에 분포합니다.
삼차신경통은 삼차신경이 분포하는 영역에서 작열성 혹은 전격성의 격통 발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얼굴의 어느 한 쪽에서만 나타나고, 삼차신경의 세 가지 중 하나 혹은 두 곳 이상에서 발생합니다. 주로 5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나며, 여성에서 더 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혈관에 의한 삼차신경의 압박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하지만, 간혹 종양, 뇌경색 등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뇌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삼차신경통의 특징은 얼굴을 만지거나, 면도, 대화, 세수, 칫솔질과 같은 자극이 있을 때 갑자기 전기 쇼크처럼 극심하면서도 매우 짧은 순간 발생하는 통증입니다. 통증은 보통 몇 초 정도 지속되나 때로는 발작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는 상악신경과 하악신경이 분포하는 영역이며, 안신경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뭅니다.
삼차신경통의 치료 방법은 일차적으로 항경련제 약물을 투여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카바마제핀이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약이 잘 듣지 않는 경우 바크로펜, 가바펜틴 등의 다른 약물도 사용됩니다. 약물 치료만으로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지속적 투여가 어려운 경우 외과적인 방법을 고려합니다.
긴장성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 종류로서, 머리가 조여들거나 무겁거나 욱신거리는 느낌으로 나타납니다. 대개 머리의 양쪽에서 통증을 느끼며, 하루 중 오후에 더 심해지고, 통증의 강도는 일정하지 않지만 극심한 정도는 아닙니다.
긴장성두통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근육의 긴장 때문에 이러한 두통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져서 근수축성 두통으로 부른 적도 있으나 근래에는 근육의 문제가 긴장성두통과 항상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고, 근육의 긴장이 긴장성두통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통증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뇌의 변연계 활성도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요소들, 즉 정서적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이 긴장성두통의 유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긴장성두통의 치료는 환자 스스로 주의사항을 지키려는 노력과 관리로부터 시작합니다. 두통이 악화되는 요인을 피하고, 특히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약물이나 카페인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스트레스가 될 만한 것들을 피하거나 행동요법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조절하도록 합니다. 치료 약물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나 삼환성 항우울제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경의 손상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통증을 신경병성 통증이라고 합니다. 구강안면 부위에서 발생하는 신경 손상의 주된 원인은 치과 수술과 관련된 것입니다. 사랑니의 발치, 하악신경의 마취, 임플란트 수술 및 신경 치료 중이나 후에 나타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이나 방사선 치료, 골절 및 종양의 전이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경계 손상 시 나타나는 증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감각신경이 손상될 경우 감각상실, 감각둔화, 통각둔화와 같은 둔화된 증상은 물론이고, 지각이상, 이상감각, 통증 등과 같이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신경병성 통증은 통증 외에도 불쾌한 감각이 동반되며, 일반적인 진통제가 거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신경 조직의 손상은 회복이 느리고 때로는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게 됩니다. 가능한 신경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단 신경 손상이 발생한 경우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신경병성 통증의 치료제로서는 항우울제와 항경련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발생 기전이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계열의 약제를 복합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혀, 입술, 구강점막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화끈거리거나 따가운 증상을 구강작열감증후군 혹은 설통이라고 합니다. 전체 성인의 약 1-3%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자보다 여자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며,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잘 모르고 있지만, 몇 가지 국소적 요인과 전신적 요인이 이러한 증상의 발생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어떻게 작용하여 구강작열감증후군의 증상을 나타내는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에서 보이는 통증은 화끈거림이나 따가운 통증의 형태로 나타나고, 주로 혀의 앞쪽과 옆쪽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입술을 비롯한 입천장과 잇몸, 그리고 구강인두 등을 포함하여 구강 내 모든 점막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구강내 작열감은 지속적이고 자발적이지만 매운 음식이나 뜨거운 음식과 같이 자극이 강한 음식을 먹을 때 더 심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음식 섭취에 큰 불편을 겪으며, 환자들 중에는 구강건조감이나 미각 변화와 같은 감각이상이 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구강검사에서 특이한 병적 소견을 보이지 않습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원인이 다양하고 때로는 원인 불명이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으나, 우선 의심이 되는 것부터 해결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나 영양장애가 있으면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고, 캔디다증이 의심되면 항진균제를 투여해야 하며, 침이 적게 나오는 경우에는 인공타액을 사용하거나 침분비촉진제를 투여합니다. 확인되는 국소적 요인과 전신적 요인이 모두 없으면 신경병변성 통증으로 간주하고 치료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 신경계통에 작용하는 약제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들 중에는 불안이나 우울, 특히 암공포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구강작열감증후군이 악성 질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